가볍게 반짝이는 나파 가죽 소재 타이
이런 옷차림은 언제든 봄을 떠올리게 했다
패션 fashion이 패션으로 있도록 강하고 고고하게 밀고 나가는 브랜드가 있고, 옷이나 스타일로 사람들 사이에 편안하게 안착하는 브랜드가 있다. 딱히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20대 초중반 시절에는 전자의 옷들을 선호하였고 이후 점차 후자로 마음이 기울어온 듯하다.
결국 사람들의 선택일 것이다. 입는 방식에 있어 창조적이거나, 사회의 암묵적인 규율을 깨거나, 절대 섞이지 않을 무언가를 고의로 충돌하게 하거나, 누군가 하나의 방식을 고안하고 각기 그 안의 재미와 의미를 찾아온 여정은 어떤 면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현대와 동시대 패션이 생동할 수 있는 원인이자, 결과일 것이다.
스테프 요트카 Steff Yotka라는 에디터가 에센스 ssense.com에 2024년도 남성복 패션위크에 관해 쓴 글을 보았다. 간략히 요약하면, 과거 몇 년간보다 조금 더 실용적인 혹은 입기 좋은 wearable 옷이 남성복의 흐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얘기였다. 패션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이러한 흐름을 언급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일종의 가늠자가 되고, 항상 지금만큼 '그다음'을 빠르게 요구하는 시장과 소비자들의 레이더에 포착될 테니까. 종종 그것은 작은 소용돌이로 그치지만, 대체로 커다란 흐름이나 움직임이 되었다.

문득 보테가 베네타 Bottega Veneta의 웹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놀이터에서 찍은 새 캠페인의 소년 같은 남자 모델을 보았다. 헐렁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와 셔츠, 너무 좁지도 넓지도 않은 갈색 가죽 타이, 자연스럽게 빛바랜 청바지와 둥근 코의 검정 가죽 구두를 신고 모델은 웃고 있다. 그렇지, 보테가 베네타에서 왜 지금껏 가죽으로 된 타이를 보지 못했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꼭 이 브랜드가 아니어도 이런 옷차림은 언제든 봄을 떠올리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별다른 생각 없이 옷을 입고, 사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옷과 브랜드에 넓거나 다양한 취향을 지니고 있으며, 그 또한 개인이 재미를 느낀다면 즐거운 일일 것이다. 만드는 쪽에서 보자면, 이를 하나의 작업으로 여기고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거나, 더 광범위한 사업으로 영위하여 사세를 확장하는 예도 많다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일은 그만큼 어렵고, 또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니까). 패션은 여전히 너무나 빠르게 변한다. 그 널뛰는 말에 올라탄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스트레스와 고민이 가득하지만, 이 또한 크게 보아도, 작게 보아도 어떠한 공간 혹은 세계를 만들고 있는 일이 아닐까. 대단히 유명한 이들만의 알아주는 세계가 아니라, 모두 각자의 세계를, 각자의 영역에서 만들어가는 식으로 말이다.

추신.
보테가 베네타가 '잼'이라는 색으로 이름 붙인 가볍게 반짝이는 나파 가죽 소재의 타이는 어쩐지 가지고 싶어졌다 (마케팅, 잘 먹히고 있습니다).